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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6

서울대 눈썰매장(?) 체험기

서울랜드 아니다. 서울대학교다.

얼마 전, 간만의 폭설과 자녀들의 원성을 맞이하여 [...] 서울대에 눈썰매를 타러 다녀왔다. 엥? 서울대? 서울대학교?

사실 아는 사람은 아는 나름 유명한 서울대의 눈썰매 스팟이 있다. 애초에 서울대가 산 위에 있는데 이 장소는 거기서도 꽤나 높고 경사진 공터다. 여기에 눈이 충분히 쌓이면 고고도라 도심에 비해 잘 녹지도 않고 참 눈썰매 타기에 적절한 장소가 된다. 넓이도 상당한 터라 눈썰매를 제대로 조종만 하면 꽤 오래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었다. 굳이 추천하자면 큰 썰매가 유리하니 알아두자.

어쨌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알게 되어 다녀왔지만 자세한 위치 등은 글에서는 밝히지 않는게 맞을 것 같다.

서울대에 눈썰매를 타러 가는 건 그다지...

솔직히 즐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광활하고 조용한 눈썰매장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도 신나고 부모들은 바람도 쐬고 그리고 힘...들...고....

하지만 중요한 점은 여기는 학교다는 점을 빼먹으면 안 될 것 같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탑으로 꼽히는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당연하겠지만 조용히 해야하는 곳이다. 만약 외부 사람이 늘고 소음이 심해지면 외부인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다녀왔을 때는 마침 방학 중이고 토요일이라 학생들이 거의 없었긴 했지만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었으니 신경이 좀 쓰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고민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일단 산 위라는 점은 꽤 큰 걸림돌이다. 안 그래도 엄청난 규모의 부지라서 걸어서 가는 건 포기해야 할 수준이다. 물론 스팟을 올라가는 곳 바로 앞까지 버스가 다닌다. 하지만 큰 눈썰매를 들고 버스를 타기엔 부적절할 지도 모른다. 거기다 아이들까지 동반한다면 버스는 사실상 불가능한 이동수단에 가깝다.

심지어 버스정류장이나 주차장에서 내려서 스팟까지 올라가는 것도 꽤 힘들고 위험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는게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실제로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가던 도중 힘들기도 했고 약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여긴 눈썰매장이 아니다. 관리 인력도 관련 시설도 아무 것도 없다. 언덕에 올라가는 걸 도와줄 이도 시설도 당연히 없다. 충돌 위험을 관리해 줄 사람도 당연히 없다. 차가 미끄러져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 주차를 유도해 주는 사람도 당연히 없다. 주차장도 당연히 근처에 없고 거기다 좁다. 거기다 스팟 주변에 야외 공연장이 있는데 거기에 떨어지거나 하면 꽤 다칠 지도 모른다.

무료일 것 같지만 주차비용이 발생하는데 학교라서 만만하게 보기에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한 시간에 대충 5천 원 정도 나온 것 같다. 다만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같은 친환경차는 50% 할인이 된다. 전문 눈썰매장 비용에 생각하면 그래도 꽤 저렴하긴 하지만 어차피 여긴 눈썰매장이 아니라 학교니 비교하기가 힘들다.

화장실이나 간식은 근처에 제법 크고 깔끔한 카페가 하나 있어서 여길 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구매 없이 화장실만 이용하는 건 좀 그렇고 특히나 눈이 묻은 발로 들어가기엔 좀 많이 미안할 듯하다. 거기다 자주 가기엔 무리일 정도로 스팟에서 좀 멀다.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장점에 비해 단점이 확실히 많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론

서울대에 눈썰매를 타러 가는 것은 만약 주변 사람을 통해 알고 있었다면 조용할 때 그리고 모든 일에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한 번 가보는 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라는 사실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왜 이딴 글을 쓰느냐고 할 수 있는데 그저 일기 수준에 가까운 글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2025-02-04

눈 오는 날 운전하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또 눈을 처맞은 투싼

눈이 가볍게 날리는 걸 보고 운전에 지장을 주겠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떨어지면 바로 녹기도 하고, 좀 쌓이더라도 밤 사이 제설차의 활약으로 도로는 잘 치워져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눈 오는 날 운전을 비 오는 날 운전 쯤으로 생각하다가 경기도 오산보다도 큰 오산이라는 것을 겨우 알게 되는 경험을 하였기에 이런 글을 정리하게 되었다.

눈 오는 날 운전이 왜 힘들까?

고속도로를 포함한 중거리 운전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당일 눈 예보가 있었지만 출발 시점에는 예보도 없었고 눈도 그쳤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시작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전면 유리에 눈이 조금씩 쌓이니 자동 모드로 설정해둔 와이퍼가 알아서 치워준다. 참 편하다. 하지만 역시나 시야가 방해 받는 건 약간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떤 차가 고속으로 앞에 끼어들며 뛰쳐 나가는 순간 이벤트가 생겼다. 공기가 특수하게 흘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차 앞에 눈이 몰리더니 곧이어 눈 돌풍이 생기면서 시야를 방해 받았다. 순간적으로 생긴 일이지만 깜짝 놀라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눈이 점점 굵어지더니 눈발이 제법 세졌다. 그래도 아직 운행에 무리는 없는 수준이었다. 단지 제한속도를 준수하면 별 문제가 없었어야 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또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한다. 앞에서 달리던 차에 쌓였던 눈이 뭉쳐지다가 갑자기 떨어지더니 바람을 타고 전면 유리에 강하게 부딪혔다. 마치 돌이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깜짝 놀라게 되었다. 정말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런저런 이벤트가 있었기에 고속도로에 올라서고 나서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속도를 좀 낮춘 뒤 느긋하게 가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발이 좀 세졌다. 이젠 시야가 제법 방해를 받는 수준이었기에 더욱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다른 이벤트가 발생했다. 레이더에 눈이 쌓였는지 갑자기 경고 알림이 뜨면서 크루즈컨트롤이 꺼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만큼은 좀 더 편하게 가고 싶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천천히 달려서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주차를 해야 했다. 그런데 또 이벤트가 발생했다. 이번엔 초음파 거리 센서에도 눈이 쌓인 건지 경고 알림이 뜨면서 거리 센서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시야에 의존해서 주차를 해야 했는데 후방 카메라에도 눈이 쌓여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동승자의 도움을 받아서야 겨우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이벤트들이 단 한 시간만에 벌어졌다는 게 아직 믿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눈 오는 날엔 이런 일들이 일상인 걸까?

물론 눈이 온 다음에도 이벤트는 이어진다

눈은 이제 그쳤다. 돌아갈 때는 좀 더 편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오산이었다.

일단은 전면 유리와 사이드미러 그리고 후방카메라와 각종 센서에 쌓인 눈을 치워야 했다. 다만 이 정도는 일상적인 일이긴 하다.

하지만 내 차만 잘 치우면 무슨 소용일까. 고속도로 입구 가속 구간에서 앞 차 지붕에 쌓인 눈이 갑자기 쏟아지더니 눈 앞에 날아오는 날벼락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 솔직히 앞 차 지붕의 눈이 떨어질랑말랑 아슬아슬한 것을 재밌다며 구경하고 따라갔던 것 자체가 실수였던 것 같다. 지붕에 눈이 쌓여 있는 차는 뒤따라 가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고속도로에 올라가서 크루즈컨트롤을 켰다. 아니 그런데 왜 또 센서가 이상하다는 알림이 뜰까? 결국 이번에도 크루즈컨트롤의 혜택을 별로 못 받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주행 도중에 센서에 흙탕물이 튀어서 굳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돌아와서 주차할 때 또 후방카메라에 뭔가 왕창 묻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도 흙탕물이 튀어서 굳은 것이었다. 짜증이 일긴 했지만 그나마 초음파 센서는 동작을 해서 다행이긴 했다. 어쨌거나 후방 카메라는 청소용 티슈로 빡빡 닦아야 했을 정도로 제법 강하게 진흙이 굳어 있었다.

차는 여기저기에 흙탕물이 튀어서 난장판이었다. 그래도 세차는 눈이 완전히 녹기 전까진 포기해야 했다. 해봤자 또 더러워질 테니 말이다.

여담

눈이 완전히 그친 줄 알았지만 그날 밤에 또 눈이 왔었나 보다. 그런데 낮에는 영상이다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다보니 녹던 눈이 얼어붙고 그 위에 눈이 쌓였나보다. 다음날 눈을 치우고 있는데 눈 아래에 얼음이 보이니 또 당황하게 되었다.

얼어붙은 전면 유리를 그냥 치우기는 불가능해 보였고 그래서 전면 유리를 데우기 위해 위해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와이퍼가 큰 소리로 "삐그덕!" 거리면서 움직였다. 와이퍼는 AUTO로 세팅되어 있었는데 물이 고인 것으로 인식된 것일까? 순간 와이퍼가 박살나는 줄 알았다. 덕분에 유리에 얼음이 얼었으면 와이퍼 AUTO 모드는 끄고 시동을 걸자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블랙아이스로 미끄러지는 경험을 하지는 못 했는데 못 겪어서 다행일 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운전자에게 눈은 흰 똥과 다름이 없었다. 재앙의 흰 똥이다. 냄새만 안 날 뿐이지 수 일 간에 걸쳐 운전자를 괴롭히는 끔찍한 흰색 똥이다.

그러니까 눈이 오면 가급적 운전은 하지 말자.

고드름까지 피어나서 애들 교육 교재로 쓸...리는 없는 장면

2025-01-22

경험으로 정리하는 최근 A형 독감 패턴

(Sumanley / Pixabay)

가족으로부터 A형 독감이 전염되어 사투를 벌인지 일주일이 지났다. 현재는 열도 다 내리고 심한 증상도 없는 안정된 상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사투가 제법 고통스러웠기에 독감에 관한 소감을 정리해 본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걸렸던 (병원에서 확인된) 독감은 이걸로 두 번째다.

개인적인 A형 독감 경험

대부분의 감염증이 그렇겠지만 우선은 피로로 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저녁 시간 때 피로가 극도로 몰려왔다.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힘들게 느껴지던 상황이 잠자리에 들고 30분 가량 가만히 쉬고 있으면 그래도 회복이 어느 정도는 되던 수준이긴 했다.

수 일 후 슬슬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시작은 미열이라 이게 열인지 아니면 그냥 운동이나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체온이 높아진 건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체온이 점진적으로 계속 올랐다는 점이다. 약 이틀에 걸쳐 최고 38.8도까지 체온이 슬금슬금 올랐다.

그리고 열이 최고치로 오른 날 갑자기 감기 증상들이 일제히 몰려왔다. 목이 칼칼해지고 가래가 끼고 콧물이 흘렀다. 열이 높았기 때문에 몸살과 오한, 두통 및 어지럼증도 당연히 동반되었다.

열이 최고로 오른 다음 날 병원에서 독감 판정을 깔끔하게(?) 받고 타미플루, 알레르기약, 가래약, 해열진통제(타이레놀) 등을 처방받았다. 약을 먹으면 열이 떨어졌기 때문에 그나마 생활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약 효과가 떨어지는 4시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오한과 몸살이 돌아오며 힘들어졌었다.

독감 검사는 코로나 신속검사와 동일하다. A, B, C형 독감을 하나의 키트로 진단할 수 있고 최근에는 코로나까지 하나로 통합된 검진키트도 나오는 것 같다.

몸살과 오한은 이틀 가량 열이 오를 때마다 찾아왔지만 타미플루 복용 이틀차를 기점으로 다시 아침 기초 체온을 기준으로 체온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미플루 복용 4일차 아침에 정상 체온으로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는 가래와 콧물 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증상들은 일제히 사라졌다. 증상들이 한 번에 나타났다 한 번에 사라지는 요상하게 상쾌한(?) 느낌이었다.

타미플루를 전부 복용한 이후에는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감기보다 확실하게 아팠지만 확실하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가족의 사례와 합쳐보면

이번 A형 독감의 특이한 공통점으로 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독감은 열이 한 방에 크게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A형 독감은 걸린 우리 가족들 모두 열이 2~3일에 걸쳐 점진적으로 올랐다. 그리고 타미플루를 복용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4일차에 모두 정상 체온으로 내려왔다는 점도 공통적이었다.

발열을 제외한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했다고 생각하지만 콧물은 공통적인 증상이었다. 이 외에는 일부가 기관지염 및 가래가 있었을 뿐이다. 다만 본인을 제외한 '의사소통이 완벽하진 않았던' 소인(?)들의 증상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정리한 것이라 확실하지는 않다.

여담

독감은 여러 의미로 상당히 무서운 감염병이다. 앞서 이미 언급했지만 특히 그 전염성이 문제다. 독감은 코로나 급의 전염성 자체도 심각하지만, 전염 가능 시기가 발열 시점 하루 전부터 시작해서 열이 내리고도 약 24시간 이상 감염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감염 차단이 골치아픈 편이다.

또 이미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독감을 판정해 내는 시기 또한 문제다. 보통 발열 이후 12~24시간 정도가 지나야 키트로 판정이 잘 되니 말이다. 그런데 이 시점이면 이미 전파의 하이라이트인 시점이다. 즉 독감을 다 퍼트리고 나서야 독감 판정을 받게 되는 셈이다.

코로나나 일반 감기에 비해 좋은 점이 있다면 역시 전용 치료제를 싼 값에 구할 수 있다는 점 같다. 단지 검사 비용이 좀 비싸고 코를 뚫는(?) 고통이 있지만 굵고 짧게 치료가 되는 편이라 참 다행이라면 다행이니 말이다.

어쨌든 지금과 같은 시기 주변에 감기 환자가 있다면 일단 조심하자. 마스크를 잘 써도 감염될 수 있으니 환기를 철저히 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자신이 환자라면 가급적 다른 사람 근처에 안 가도록 하는 것도 현명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바로 4인 가족 중 3인이 모두 한 사람에 의해 독감이 전염되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백신의 효과일 수도 있고 마스크를 철저하게 쓰고 환기를 자주 한 것도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즉 일반적인 예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말이니 집이 좁거나 가족이 많다고 예방을 포기(?)하지는 말자.

2025-01-21

걱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 2기의 시작

트럼프가 드디어 미국 대통령 2기 인생을 시작했다. 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부분에서 한숨이 나올 것 같은 대통령이다. 물론 덕분에 미장에 투자하기에는 좋은 기회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만 취임사 등의 소식을 보니 기존의 걱정 투성이 행보와는 조금 다른 늬앙스가 읽힌다. 정리하면 '약간 특이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국경에 대한 행정명령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일 거라 생각했다. 트럼프 취임 전 가장 마지막에 화제가 되던 파나마 운하나 그린란드 이슈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동안 아주 지겹게 제기한 이민자 문제 그리고 함께 거론되는 멕시코 국경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인 모양이다.

에너지도 비상사태라고 언급되며 행정명령의 대상이 되었다. 자립도를 높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고 특히 가격 인하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을 막기 위한 방패로도 언급된 모양이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을 낮춰봤자 근원 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텐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다만 함께 AI가 언급된 것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어쨌든 불행히도 그리고 예상대로 친황경 정책을 폐기할 것이고 또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공언하기도 한 모양인데 이건 이미 겪었던 지라 별로 놀랍지는 않다. 전기차에 비우호적인 것도 예상되고 말이다.

관세가 약간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인 것이 가장 예상 외였던 것 같다. 관세청 설치에 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당장의 행정명령은 없을 것 같고 아예 '관세 보류' 같은 기사도 전해지면서 걱정하던 것에 비해 관세는 점진적 인상 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듯하다. 이 부분이 가장 큰 호재가 되어서 달러 약세를 일으켰고 따라서 주식시장에도 호재가 될 조짐이 보인다. 어쨌거나 기존에는 가장 먼저 할 것처럼 떠들었지만 현실의 벽을 의식한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정작 비트코인 이야기가 없었다. 덕분에 비트코인은 폭락은 아니지만 그날 오르던 거 다 토해내는 어지러운 상황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동안 공언해 온 만큼 관련된 정책은 분명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거나 트럼프는 이제 취임했다.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알 수가 없다. 정말 미지수다. 당장 걱정을 좀 덜었을 뿐이지 이후의 걱정 투성이는 산적해있다. 심지어 취임 전후로 앞뒤가 다른 모습까지 보였으니 말이다. 한국에겐 관세와 방위비 인상 혹은 주한미군 철수나 FTA 폐기도 큰 걱정거리인데 이걸 또 어떻게 뒤흔들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그' 행동에 대한 지지자들의 태도 (Bluesky)

그나저나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도 망나니 짓을 한 모양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수준의 미지수 또라이인 만큼 걱정거리가 트럼프 1기 때의 두 배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도 적당히 설치기 만을 바래야 하는 두 배의 수고가 들 것 같은 미국 대통령의 새 임기의 시작이다.

정작 트럼프 글에 일론 머스크 사진만 올라간 건 좀 이상하긴 한데 뭐 아무렴 어떠...모르겠다.

2025-01-20

투싼에 생애 첫 상처를 입혔다

어떤 겨울 날, 좁은 골목길 삼거리 근처에서 주차했던 차를 빼고 있었다. 당시 빠져나가야 될 길의 조수석 방향에 전신주가 있었다. 운전석에선 딱히 다른 장애물은 보이지 않았기에 전신주를 잘 피해서 차를 살살 빼기 시작했다. 

그런데 잘 가나 싶었는데 누가 차 문을 조금 강하게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는 아무도 없는데 도대체 누구일까? 혹시 키 작은 아이가 있었던 걸까? 급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조수석 방향으로 가봤다.

투싼에 생애 첫 상처를 입혔다

나가보니 사람은 안 보였다.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차 옆에 무릎 정도 높이의 파란색 재설용 모래 상자가 보였다. 작아서 사이드미러에도 안 보일 정도였지만 무겁고 묵직했던 장애물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설마...?

차량 조수석 도어를 불안한 마음으로 처다봤다. 예상대로 도어 아랫쪽에 파랗게 잔뜩 긁힌 자국이 보였다.

"... 아 ... 아아 ... 아아아아!!!"

처참했다. 순간 눈 앞에 하얘지더니 이내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당시 찍은 사진이 없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알 수 있다.

이후 어떻게든 무사히 좁은 길은 빠져나갔지만 귀가할 때까지 머리 속에 이 씁쓸함으로 가득 찼었다. 그나마 안전하게 도착한 것이 어디일까 싶을 정도였다.

주차를 한 뒤 세척용 물티슈로 닦아보니 다행히도 어느 정도는 닦였다. 이대로 다 닦이나 싶었지만 일부는 닦이지 않았다. 

완전히 닦이지 않은 자국과 찌그러진 흔적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긁힌 부분이 찌그러졌다는 점이다. 무거운 모래상자를 차 옆면으로 밀다시피 지나갔으니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 더더욱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밤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까지 설칠 정도였다.

이런 마음고생이 수 일 간 이어졌다.

이대로 놔둘 순 없었다

이 상처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시간이 좀 흘러갔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서 도장면이 훼손된 걸 방치하면 녹이 슬어서 더 크게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바로 주변 판금이나 도장하는 곳을 찾아봤다. 이런 곳을 덴트(dent)라고 하나 보다. 

원칙적으로 덴트(dent, PDR - Paintless Dent Repair)는 찌그러진 것을 복원(덴트복원 혹은 덴트리페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도색까지 포함할 경우 판금도색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한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가까운 곳 근처에서 덴트 매장을 단 하나만 발견했는데 자동차 수리나 점검 관련 매장이 잔뜩 모여 있는 곳임에도 하나 밖에 안 보이는 것은 약간 이상하긴 했다.

어쨌든 그 가까운 덴트 매장에 연락도 예약도 없이 들이닥쳤다. 생각보단 작은 가게였는데 작업 중이던 차 한 대가 들어가니 가득 찰 정도로 작았다. 

기사분께 문제의 상처를 보여주니 다행히도 도장이 벗겨진 것은 아니고 페인트가 묻은 것 같다는 판단을 들을 수 있었고 견적은 10만 원 정도가 나왔다. 다만 대기가 좀 있어서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대로 해달라고 했다. 굳이 돌아다니며 견적을 비교하는 건 그 시간이 더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렇다.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블루링크에서 주차 중 충격이니 시동이 꺼졌는데 차 문이 열렸니 창문이 열렸니 알림이 계속 왔다. 열심히 수리 중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다.

어쨌거나 수리를 맡겼다는 것에서 약간의 안도가 드는 것은 좋은 사이드이펙트 같았다.

그 결과

커피를 절반 가량 거의 다 마셔갈 무렵, 예상보다 빠르게 조치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생각이었는데 너무 빨라서 약간 허탈했다.

바로 매장을 다시 방문하여 어떻게 되었나 살펴봤다.

솔직히 어디가 찌그러졌었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확인해보니 뭔가 다 안 펴진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정말 기적과도 같이 깔끔하게 펴져 있고 별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다. 이 정도로 끝난 것에 감사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요금을 견적대로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고가 났을 땐 어떻게 해야하나 답답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해결이 되니 왜 그렇게 마음고생을 했나 한심을 정도였다. 덕분에 그날 밤은 기분 좋엔 잘 수 있었다.

이제는 좀 더 조심해서 운전해야겠다. 기껏 어라운드 뷰 까지 옵션으로 넣었으니 좁은 길에서는 자만하지 말고 꼭 활용해야겠다.

2025-01-10

이게 정말 독감이 맞는 건가?

첫째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 초토화되고 있다. 독감 때문이다. 한 반의 60% 가량의 원아가 독감으로 등원하고 있지 않다고 하니 사태가 심각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독감은 그 인플루엔자가 맞다. 독한 감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아도 여러 곳에서 들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소아과가 있다. 소아과에 가보면 독감으로 방문한 환자들과 부모들이 넘쳐나고 있다. 미어터지는 소아과에서 잠깐 대기하다 보면 A형 독감 판정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이러다 소아과가 독감 전파의 허브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왜 병원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는지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첫째는 그래도 안 걸리고 어린이집을 잘 다니고 있었다. 단지 아침에 콧물만 흘리고 있는데 좀 오래 되었기에 독감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첫째가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날 해열제를 한 번 먹은 뒤로는 안정화되어 더이상 해열제를 먹이지는 않고 있다. 이 정도면 가벼운 열감기 정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증상이다.

그런데 증상이 약하다면 독감이 아닌 걸까?

둘째를 진찰하러 소아과에 갔다가 간혹 증상이 심하지 않은 독감 환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쉽게 넘길 수는 없는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첫째를 데리고 독감 검사를 하러 갔다. 

독감 검사 방법은 코로나 검사 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긴 면봉으로 코 속을 찔러 넣어야 한다. 안 그래도 어린아이라 검사 통증이 안쓰러울 수밖에 없는 데다 이 검사를 받을 때마다 코피가 나니 분명 편한 검사는 아니다.

검사 초기에는 진단키트에 별 다른 흔적이 나오지 않아서 독감은 아니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독감은 A, B, C 형의 세 가지가 있는 데다 코로나 검사까지 겸하는 키트라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리고 불운에 당첨되었다.

첫째의 진단키트에서 미약한 A형 독감 라인을 확인했다. 아닐 거라 생각했건만 결국 첫째가 독감에 걸린 것이다.

이제서야 아이가 고열이 나기 전부터 밤만 되면 왜 이렇게 내 몸이 심하게 피곤해지나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첫째가 독감 판정을 받은 날 난 콧물과 기관지염, 열과 오환 그리고 두통을 겪기 시작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상이 나타났다. 단순한 감기는 아닐 거다. 

확률적으로 보자면 첫째에게서 독감이 옮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어쩔 수 없는 게 첫째가 집에 있을 때는 거의 붙어 지내다 시피 했으니 말이다. 밥을 먹을 때도, 씻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늘 함께였다. 그리고 아이가 고열이 났을 때부터 취침 시간에 열을 계속 체크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 했으니 더욱 전염될 확률은 높았을 거다.

이제 배우자와 함께 갓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둘째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또다른 걱정 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배우자는 목이 간지럽고 두통을 이야기 하고 있다. 둘째는 갑자기 열이 높아지고 있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둘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그나마 청정구역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독감 판정을 받은 원아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도 시작이라는 말이다.

어쨌든 나는 독감 백신을 맞았다!

무려 독감 4가 백신을 지난 가을에 이미 맞아뒀다. 나는 무적이다! 무적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던 지난 날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당해보니 생각보다 꽤나 고통스럽다. 38.5도가 넘는 고열이 이틀 이상 이어지니 답이 없다. 물론 여러 증상이 한 번에 나타난 좀 독한 감기 수준의 증상이긴 하지만 그래도 힘들고 힘든 데다 아이들의 투정과 요구를 받아주는 스트레스를 더욱 증폭시켜서 참으로 고통 속의 나날이 될 것 같다.

사실 첫째도 둘째도 독감 백신은 모두 맞았다. 그래서 첫째의 증상이 약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속은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고 말이다.

여담

독감이 코로나 보다 무서운 건 증상 발현 전에도 전파시킬 수 있다는 점 같다. 그 다음으로 무서운 건 증상 발현 후 12~24시간이 지나야 진단키트로 진단될 확률이 높다는 점 같다. 이러니 누가 독감에 걸렸다고 하면 손도 못 쓰고 그대로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코로나보다 무섭다. 지난 집안 코로나 침범은 절반만 희생(?)되고 무사히 막아냈었기에 좀 안일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코로나 예방과 독감 예방은 방법은 같지만 좀 더 세밀하게 해야 되는 것 같다는 점을 아주 잘 알게 된 것 같다.

이 글의 이후 상황도 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