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주식 투자 후진국이다. 특히 주주 보호 장치가 굉장히 취약하다. 그래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상법 개정'이다. 상법 개정은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왜 이런 개정이 필요한 지는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왔는데, 대표적으로 기습 유상증자, 소액주주 동의 없고 보상도 없는 물적분할, 상속 시 주가조작 등등 다양하면서도 최근까지 발생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돈을 잃게 만들어도 아무런 보상이 없는 일'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법 개정은 정부도 여당도 재계도 반대하고 있다. 반대 이유는 역시나 기업 활동 위축이다. 회사를 위해서 일 했을 뿐인데 소송이나 고발이 남발되며 경영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법 개정에는 처벌 조항이 전혀 없는 데다 범죄를 안 저지르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전혀 안 된다. 어쨌든 그래서 지지부진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상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가 또 나타났다. 바로 얼마 전 있었던 이재용 2심 판결에서다.
재판부가 상법 제382조의3에 따른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이며, 이사가 주주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난해 2월 1심에 이어 다시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의 '회사 충실' 상법으로는 주주보호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이재용 2심 판결, '이사 주주보호 의무 없다' 재확인
법원도 상법 개정 없이는 기업이 주주를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법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해 졌다. 더더욱 상법 개정이 왜 필요한가를 역설해 주는 사례다.
정부와 여당은 주주 보호를 위한 장치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특정 사례를 정의해서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과연 이 주장이 합리적일까? 머리 좋은 사람들은 늘 빠져나갈 구멍을 편법으로 만들어 둔다. 따라서 제대로 된 처벌이나 예방이 불가능한 데다 새로운 범죄는 또 새로운 개정을 하기 전까진 애초에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사의 주주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상법 개정은 출발선이다. 결코 기업에 처벌을 정의하는 개정은 아니지만 적어도 처벌을 정의하기 위한 근거 법안이 될 수는 있다.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되면 그 위반 사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판결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영진의 선택으로 발생한 소액주주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근거도 된다.
현재의 상법으로는 기업에 편향된 판결이 대부분이지만 상법이 개정되면 이후는 조금은 공평해질 전망을 희망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하지만 이미 말했다시피 상법 개정 만으론 처벌이 불가능하니 말이다.
어쨌든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출발선을 그리는 과정이다. 물론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중요한 출발선의 요소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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