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코로나가 1급 전염병이었을 때가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를 뭉뚱그려 보면 대표적인 것으로 부모에게 다가오는 불합리함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불합리함을 만드는 요소도 다양하다.

부모라면 꼭 겪어야 하는 대표적인 불합리함의 원인 중 하나는 질병 특히 전염병을 꼽을 수 있다. 그 전염병의 종류는 다양한데 그 중 하나로 얼마 전 독감과 동일한 등급으로 떨어진 코로나19가 있다.

누군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가족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한다. 그런데 감염 여부를 알게 된 것 자체가 요즘으로썬 기적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피곤하고 열이 나고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나고 몸살이 나면 그게 뭔지 알아볼 의지 없이 그저 약국에서 감기약 하나 사서 먹고 지나가는 게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제 코로나19는 일개 독감 급 전염병 중 하나일 뿐이다. 자가격리 의무도 사라진 지 좀 지났다. 당연히 PCR 검사 지원도 사라진지 오래다. 확진 되어도 역학검사도 전혀 없다. 그런데 아예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신속항원검사 조차도 할 수 없다.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니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모두가 이러면 그 누가 검사를 안 하든 격리를 안 하던 잘못은 아니다. 사실 이러면 모두가 편한 세상이 될 지도 모른다. 그냥 좀 아프고 말면 끝이다. 

이제 정말 코로나19는 그냥 감기나 독감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부모에게는 여전히 문제의 병이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코로나는 아직도 자가격리 의무가 있는 것 같은(?) 질병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코로나에 걸리면 열이 나고 이러면 어린이집 등의 보육원에 못 가기 때문이다. 당연히 아이에게서 증상이 사라지기 전까진 집에서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

이렇게 아이가 아프면 최소한 부모 중 한 명은 일을 당분간 포기해야 한다. 이게 자가격리 의무였다면 오히려 불만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일주일 정도 눈치 안 보고 아이를 돌보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직접 연차를 내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심지어 하루도 아니고 이틀 이상의 연차를 그것도 회사 눈치를 봐가며 내야 한다. 물론 요즘 연차 내는 데 눈치를 덜 보는 세상이긴 하지만 여전히 갑작스러운 연차는 눈치를 봐야 하니 말이다.

누군가 아이를 대신 돌봐줄 수 있다면 큰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역할을 보육원이 하고 있었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더구나 아이가 아프다면 부모 입장에선 일이 손에 잡힐 리도 없다. 아픈 아이는 직접 돌봐야만 성이 풀리는 게 부모다.

단순히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부모는 상대적으로 많은 불편과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이게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하나의 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역경에서 국가의 도움의 손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은 본인도 모른채 여기저기 바이러스를 퍼트리며 다니고 있다. 물론 그 사람의 잘못이 없다. 왜냐하면 국가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코로나19가 1급 전염병 이었을 때가 더 나았을 지도 모르겠다. 부모라면, 아이가 있다면, 맞벌이를 하고 있다면, 아이가 보육원에 다녀야 한다면 그럴 지도 모르겠다. 감염자는 강제로 자가격리 되지만 상당한 생활 지원을 받고 역학조사를 통해 보균자를 철저히 걸러내서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던 전 세계에 모범이 되던 몇 년 전 대한민국의 모습 말이다.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한 가정보육 걱정은 지금 보다는 덜 했다.

물론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라서 더 문제다

아이를 괴롭히는 전염병은 다양하다. 감기는 일상적이다. 특정 시기만 되면 창궐하는 수족구는 매년 아이를 못 살게 군다. 잘 안 보이던니만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끝이 안 보이는 백일해는 요즘은 특히 심하다. 가끔 폭발하는 장염은 너무 무섭다. 그리고 교사를 통해서도 자주 감염되는 독감과 코로나19는 한 번 보이면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으로 발생하는 모든 전염병이 모두 부모에게 불합리함을 안겨 준다.

1년에 한 두번 정도라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영유아는 한 달에 두 번 감기에 걸리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는 계속 이런 거다.

부모의 연차는 무한하지 않다.
그리고 회사의 눈치는 무한하다.

누군가는 연차 사용에 눈치 보지 않는 세상이라고는 하는데 그게 모두가 다 같은 것은 아직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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