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추억 속의 컴퓨터 이야기 IQ-2000

내 나이대도 이제는 젊다고 하기에는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세월의 흐름이 너무 빨라서 아쉽고 벅차고 숨차기는 하지만, 이럴 때 일 수록 추억을 떠올려 보면 나름 재미있는 세월을 보냈구나 생각이 든다.

이참에 옛날 옛적에 쓰던 구식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 볼 까 한다. 이 글은 이 중 IQ-2000이라는 고물(?)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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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IQ-2000 (MSX2 호환 8Bit PC)

내가 최초로 접했으면서 소유했던 개인용 컴퓨터는 대우 아이큐(IQ) 2000이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 게임기) 시장을 (조금) 주름잡던 MSX2 호환 기종이었다.

이 녀석은 본체 우측 상단에 롬팩 카트리지가 달려있고 재믹스V라는 당시 호황을 누리던 8비트 가정용 게임기와 완벽하게 호환되었다. 그래서 게임 롬팩을 꽂아서 게임 용도로 많이 사용하였다. 근처 전자상가에는 왠만하면 게임 롬팩을 취급했고 가격은 수천원에서 수만원 까지 다양했지만 롬 용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었다. 롬팩은 안에 롬(ROM - Read Only Memory)을 포함한 회로가 들어있어서 지금의 CD/DVD 같은 것에 비하면 비쌀 수 밖에 없었다.


내 기억 속에 가장 진하게 남아 있는 게임이 바로 '자낙'이다. 재믹스 호환 게임계의 대명사가 아니었을까. 비록 16컬러만을 사용하는 슈팅 게임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첫 판의 보스가 나중에는 떼거지로 달려있는 보스가 등장하고 최후에는 (당시 게임의 트렌드 였는지) 대장급 보스 껍데기를 부수면 최종보스인 뇌(brain)가 등장했다.


후에 자낙 엑설런트가 출시되었다. 당시 위 화면을 처음 봤을 때 엄청 놀랬다. 정말 놀라운 그래픽이었으니까. 아마도 롬의 사이즈는 메가 급이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_-;;

... 게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

IQ-2000의 사양을 보면 지금 컴퓨터는 괴물 같이 느껴질 것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64KB 혹은 128KB 정도(?)의 램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과 비교하면 충격적이인 용량이다. 지금 내가 쓰는 맥미니는 램이 16기가(16777216KB)다...


이 화면은 MSX 에뮬레이터 화면으로 추측되는데 그냥 참고만 하자. 당시 128KB면 높은 용량이었다는 것을 알아두자. -_-;;

당시에는 브라운관 TV보다 좋은 TV는 없었고 MSX도 이런 TV와 연결 할 수 있는 포트가 제공되었다. 흔히 RF 혹은 동축케이블이라 불리던 것 말이다. 지금은 구식이 되어가는 아날로그 DSUB(VGA) 보다도 훨신 구식이다. 그 때 나는 무려 전용 컬러 모니터를 썼었다. X-D

디스플레이 해상도 이야기를 해 볼까? 보통 게임을 위해 제공되는 해상도는 320x200 Pixel이었고 16 혹은 256 색상을 표시 할 수 있었다. 이 색상은 팔레트(palette)를 기준으로 한 색상 인덱스 마다 RGB 값을 세팅해서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16/24/32bit 의 트루컬러 체계와 비교하자면 한 번에 쓸 수 있는 색이 제한적이었다. 대신, 이 팔레트를 변경하면 화면상에 해당하는 점의 색상이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에 Fade in/out 효과를 구현하는 것은 굉장히 쉬웠다.

... 지금과 비교하면 문화충격 같기도 하다 ...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 라는 건 지금은 거의 잊혀진 물건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MSX2 시절에는 놀랍게도 3.5" 플로피 디스크가 이용되었다. 별도의 하드웨어를 장착해야 했지만 - 물론 MSX X2 였던가. 아예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를 내장한 제품도 있긴 있었다 - 어쨌든 있었다.

그런데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보다 더 한 녀석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를 저장장치로 이용 할 수 있는 레코더였다. 무려 카세트 테이프에 디지털 데이터를 기록 하거나 읽을 수 있었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내가 썼던 제품이 아니지만 비슷하게 생겼다. (도저히 모델명을 기억 할 수가 없다!)

로딩 할 때는 모뎀이나 팩스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그리운 저장장치이다. 물론 가요 테이프를 넣으면 노래가 잘 나왔다. 참고로 이 레코더/플레이어의 크기는 현재의 맥미니 보다 약간 가늘고 길었다. X-D

롬팩 보다는 취급점이 적었지만 그래도 특정 전자상가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담긴 테이프를 취급하기도 하였다. 게임도 있었고 교육용 소프트웨어도 있었고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있었지만 어쨌든 난 게임 온리 -_-...;;; 테이프는 롬팩에 비해서 당연히 저렴하였다. 비싸도 만원을 넘지 않았다.

게임을 한 번 하려면 테이프를 넣고 베이직 화면에서 로딩 명령을 내려야 했다. 신명(?)나는 모뎀/팩스 소리가 잠시 들린 후 조용해졌다가 수 분 후에 게임이 시작된다. 어릴 때의 기다림은 정말 최악이었다. 당연히 롬팩이 좋게 느껴졌다. 롬팩은 꼽고 20초도 안되어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래도 역시 게임은 게임이었다. 즐거웠다 ...


MSX에는 MSX Basic 이라는 Basic언어 인터프리터가 자체 내장되어 있었다. 별도의 OS 디스크를 넣지 않으면 자동으로 베이직 인터프리터 모드로 부팅이 된다. 덕분에 프로그래밍 공부 등 다양한 짓을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당시에는 함수 기능이 없어서 무조건 라인 번호를 이용해서 루틴을 작성해야 했다. 10에서 시작해서 GOTO 100 뭐 이딴 문법으로...;;;

MSX Basic에는 스프라이트(Sprite) 기능이 있었다. 이는 하드웨어로 단색의 그림을 빠르게 표시하는 기능이었다. 베이직에서 스프라이트는 제법 빨랐다. 하지만 베이직 자체가 느리고 프로세서 또한 딸려서 베이직으로 화려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기다 베이직 자체의 한계였는지는 몰라도 하나의 스프라이트는 8x8 크기로 제한되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이 베이직을 이용해 쓸 데 없이 글자로 화면을 꾸미는 '이상한 쓰레기 프로그램' 양산을 즐겼다. 어려서 그랬겠지만 그저 화려하게 글자만 지나가는 화면만 봐도 굉장히 멋져 보였다. 참고로 그 당시 난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였다. 후에 베이직 실력이 향상되었을 때는 그래픽으로 화면을 꾸미는 쓰레기를 양산했지만...

그런데 국민(초등)학생 3학년이 베이직을 사용했다니 좀 대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처음 접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단어 하나 타이핑 하는데 1분 가까이 걸리기도 했으니깐. 하지만 난 이 컴퓨터를 사기 전에, 이 컴퓨터에 대한 것과 게임 코드가 나열되어 있는 책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컴퓨터를 (부모님께 졸라) 구입하게 되었고 그 책과 함께 씨름을 하였다.

지금의 내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는데는 이 IQ-2000이 가장 기여한 것 같다.

당시 서점에는 베이직 게임 코드가 실린 책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이런 책을 사서 코드를 그대로 따라 베끼기만 했는데 실력이 굉장히 잘 늘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부딪혀 보는게 나쁜 건 아니다.


오랫만에 보는 도스(DOS). 그것도 초 구식 MSX-DOS. 요즘은 해킹의 대명사 DDoS(Distributed Denial of Service)를 '디도스'라고 불러대서 안 좋은 이미지 일 것 같은 발음의 '도스'이지만, 어쨌거나 당시의 OS는 아무리 좋아도 DOS(Disk Operating System) 이었다.

지금도 주장하지만, DoS(Denial of Service)는 대소문자를 철저히 가리고 '디오에스' 라고 불러야 맞다고 생각한다. 역시 DDoS를 '디도스'라고 부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게 '디디오에스' 라고 불러야 한다. DoS를 도스라고 부르는 건 DOS에 대한 모독이다. 정확하게 '디디오에스' 라고 불러주면 어디 덧나는가? -_-;;

이 도스를 띄우려면 보려면 별도의 DOS 디스크가 필요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OS가 없는데 어떻게 베이직이 떴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다른 세상이었다. 

플로피 디스크로도 물론 다채로운 게임이 있었다. 이 게임 디스크를 넣으면 도스가 부팅되고 자동으로 게임이 실행된다. 재미있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 때 처음으로 성인용 게임에 눈뜨게 되었다는 전설이...................;;;

...

IQ-2000은 절대로 싸지 않은 물건이었다. 거기다 컬러 모니터에 카세트테이프 레코더까지 갖추었다는 건 굉장한 돈을 썼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나에게 돈이 있었을리는 만무하다. 거기다 억지로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도 사달라고 조르고 게임 롬팩이랑 테이프까지 엄청나게 사달라고 했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께 참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쨌거나 이 시절이 컴퓨터를 가장 즐겁게 사용했던 시절이 아닐까 생각된다.

댓글 3개 :

:

추억 돋는 글입니다. ㅎㅎ....
goto 외에 gosub 라는 명령어도 있었습니다. 마치 함수 호출한것 처럼 처리 완료후 호출한 라인 다음 행으로 돌아갑니다.

익명 :

너무 어릴 때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저희 아버지가 처음 사용하셨던 기종이네요.
다만 컬러는 아니고 모노 그린 이었다고..
포스팅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

익명 :

우연히 봤는데 새롭군요.
대우전자 연구소 1986년까지 재직시 MSX IQ1000과 IQ2000을 개발했었습니다.
IQ2000은 한글폰트를 영문폰트와 같은 크기로 표시할 수 있는 8비트 컴퓨터였죠.
이전에는 한글을 쓰려면 영문보다 2배로 커졌지요.
아! 옛날이여~ ㅎㅎ